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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풍향계] SK텔레콤 사고가 불러온 이심 시대…미소 짓는 삼성·애플

우리뉴스 | 2025.05.10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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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IM. 게티이미지뱅크
eSIM.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우리뉴스) 유다경 기자 = 지난달 SK텔레콤의 대규모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스마트폰 시장과 통신 산업 전반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한 대체재로 주목받은 '이심(eSIM)'이 소비자와 제조사, 통신사 사이에서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불러일으키며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계기로 떠오르고 있다. 유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이심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조사의 '슬림폰 전략'에 날개

이심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유심 슬롯이 사라지면 내부 설계의 자유도가 커져 스마트폰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확보된 공간을 배터리 용량 증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3일 '갤럭시 S25 엣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역대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제품으로, 이심 확산이 설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 또한 연내 초슬림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으로, 이심 활용을 전제로 한 하드웨어 최적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심 슬롯이 차지하던 공간이 사라지면 그만큼 설계 부담이 줄어들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소폭 늘릴 수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얇고 오래가는 스마트폰'을 구현하는 데 이심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이심 기반 개통이 일반화돼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아이폰 일부 모델에서 유심을 완전히 제거했고, 다수의 국가에서 이심을 표준 개통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통신사의 '속도 조절'과 장삿속

이심은 간편한 개통, 슬림폰 가능 등 다수의 장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입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2016년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이심 국제표준을 발표했지만, 국내 통신 3사는 2022년에 이르러서야 관련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심은 통신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자 유통망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기준 유심 가격은 7700원에 달하지만, 이심은 2750원 수준이다. 유심을 교체하려면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므로, 통신사는 이 과정에서 부가서비스 판매 등 영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심은 반면 셀프 개통이 가능해 통신사의 기존 유통망과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다.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발표한 후에도 한동안 이심 전환을 적극 권장하지 않았던 점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학수 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두고 "이심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 지금은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심 전환이 늘어나면 통신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물론, 유통 대리점의 존립 구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2017년 국정감사에서는 SK텔레콤이 유심을 통해 3300억 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심 전환의 기회와 한계

SK텔레콤 유심 유출 사고 이후 이심 전환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직후, SK텔레콤 하루 이심 가입자 수는 사고 이전 대비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통사는 이심 셀프 개통 절차를 간소화해 이용자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심 역시 만능은 아니다. 스마트폰 파손 시 이심 회선 이동이 어려운 점, 이심이 탑재된 기기가 아이폰 XS 이상, 갤럭시 S23 이상 등 최신 모델에 한정된 점 등 물리적·기술적 제약도 존재한다. 이심이 기기에 내장돼 있는 만큼 기기 변경 시 번거로움도 여전하다.

이심 확산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통신 산업과 스마트폰 제조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전환을 예고한다. 소비자 편의성과 제조사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기존 통신사들의 수익모델과 유통 구조를 흔드는 요인도 내포돼 있다.

SK텔레콤의 유심 대란이 일시적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이심 전환'이라는 불가역적 변화의 촉매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통신 기술사에 한 획을 긋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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